※ 김삿갓의 재미난 詩 ※
[1] 자기가 쓰고 다니는 삿갓의 고마움을 시원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주었던 시
浮浮我笠等虛舟 (부부아립등허주) :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一着平生四十秋 (일착평생사십추) : 한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牧竪輕裝隨野犢 (목수경장수야독) :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漁翁本色伴沙鷗 (어옹본색반사구) :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醉來脫掛看花樹 (취래탈괘간화수) :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興到携登翫月樓 (흥도휴등완월루) :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구경 하네.
俗子依冠皆外飾 (속자의관개외식) :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滿天風雨獨無愁 (만천풍우독무수) : 하늘 가득 비바람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2] 한글과 한문을 석어지은시
데각데각 登高山하니 (데각데각 등고산하니) : 데걱데걱 높은 산에 오르니
시근뻘뜩 息氣散이라 (시근뻘뜩 식기산이라) : 씨근벌떡 숨결이 흩어지네.
醉眼朦朧 굽어觀하니 (취안몽롱 굽어관하니) : 몽롱하게 취한 눈으로 굽어내려다 보니
울긋불긋 花爛漫이라 (울긋북긋 화난만이라) : 울긋불긋 꽃이 만발했네.
[3] 기생과의 화답
삿갓왈
毛深內闊 (모심내활)하니 : 털(음모)이 많고 속이 넓으니,
必過他人 (필과타인)이라 : 반듯이 다른 사람이 지나 갔구나
라고 처녀가 아니라고 의심을 하자
기생이 답왈
後苑黃栗不蜂坼 (후원황율 불봉탁)이요 : 뒷 동산의 누런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前川楊柳不雨長 (전천양류불우장)이라 : 앞 시내에 버드나무는 비가 오지 않아도 잘 자란다.
라는 글로 자기가 처녀임을 항변 했다는 이야기다.
[4] 靑山
四脚松盤粥一器 (사각송반죽일기) : 네 다리 소나무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 (천광운영공배회) :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 (주인막도무안색) : 주인이여 대접이 소홀하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 (오애청산도수래) : 나는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좋아한다오
[5] 가련시
주 : 가련(가련)은 ‘어여쁘다.불상하다.사랑스럽다’는 복합적인 뜻이며
여기서 가련은 함경도 단천에 기생의 딸 23세 여자 이름이기도 하다.
*만났을때 *
可憐行色可憐身 (가련행색가련신) :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 (가련문전방가련) :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 (가련차의전가련) :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 (가련능지가련심) :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이별할 때*
可憐門前別可憐 (가련문전별가련) : 가련의 문 앞에서 가련과 이별하려니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행객우가련) : 가련한 나그네의 행색이 더욱 가련하구나.
可憐莫惜可憐去 (가련막석가련거) : 가련아, 가련한 이 몸 떠나감을 슬퍼하지 말라.
可憐不忘歸可憐 (가련불망귀가련) :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에게 다시 오리니.
[6] 홍련과 대화 (정담이란 서당집의 처녀 홍련과 나눈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