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이 그리워라]


    신혼적 와이프가 설겆이 하고 있을 때 뒤에서 꼭 껴안아 주면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설겆이 중에 뽀뽀도 하고 그랬습니다.
    지금은 설겆이 할 때 뒤에서 껴안으면 바로 설겆이 꾸중물 얼굴에 튕깁니다.

    신혼적엔 월급날엔 정말 반찬이 틀렸습니다. 반찬이 아니라 요리 였습니다.
    지금은 월급날 '쥐꼬리같은 돈으로 사네 못사네' 하면서 바가지 긁히며
    쪼그려 앉아 밥 먹습니다.

    신혼 때 충무로에서 영화보고 수유리까지 걸어오며 절반 거리는 업고 오기도
    했습니다. 엊그제 '자 업혀봐' 하며 등 내밀었더니 냅다 등을 걷어차였습니다.
    엎어져서 코 깨졌습니다.

    신혼 땐 집에서 밤샘작업 한다치면 같이 잠 안자며 야식 해 주고 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밤샘작업 하다가 밥차려 먹을라치면 쓱 나와서는
    "부스락 거리는 소리 시끄럽다" 며 "조용해"라고 협박하고 드갑니다.

    신혼 때는 다시 태어나도 나랑 결혼한다 했습니다.
    지금은 당장이라도 찢어지고 싶답니다.(자식 때문에 참는답니다.)

    신혼 땐 기상 시간이 늦는 나를 깨울 때 녹즙이나 맛있는 반찬을 입에 물려
    주며 깨우곤 했습니다. 신혼땐 말이죠.
    지금은 일어나 보면 혼자 싹 밥 먹고는 동네 아줌마들 한테 마실나가고
    식은밥 한덩이 흔적도 없습니다.

    신혼 땐 생일 선물 꼬박꼬박 챙겨 받았습니다.
    지금은 내 생일이 언젠지도 모르겠습니다.

    신혼 땐 내가 새로운 일을 시도한다고 하면 적극 찬성하고 밀어주었습니다.
    지금은 새론일한다 말 끄내면 죽습니다. (그나마 없는 살림 많이 말아먹었던
    죄가 있으므로..)

    내가 이렇게 글쓰게 된 결정적이 일은.

    어제 밤에 아들은 잠들고 누워서 책을보고 있었습니다.
    와이프가 내 옆에 있는 리모콘 달라고 하길래."뽀뽀해주면 주지"라고 말했습니다.

    리모콘으로 입술 무지 아프게 맞았습니다. 뽀뽀해 달라고 한게 그렇게 큰
    죄인지 진짜 몰랐습니다. 아직도 입술이 얼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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