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 그릇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가 풍랑에 휩쓸려 세상을 등진 후
    어머니는 우리들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잘닥막한 키에 허기진 몸으로 어머니가 자식들의 입에 밥술을 떠 넣을 수 있는길은 생선 함지를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리 품을 파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봐야 가족들 한끼 식량을 사기도 빠듯한 벌이,
    팔다 남은 생선 한마리와 봉지 쌀, 조금만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와~엄마다!"

    열두살, 열살, 아홉살, 여덟살, 고만 고만한 우리의 소원은
    하얀 쌀밥 한번 푸짐하게 먹어보는 것. 그러나 언제나 밥은 모자랐고
    먹을 것만 보면 우리는 허겁지겁 야단이었습니다.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끼니마다 밥을 반 그릇씩 남겼지만 남은 밥을 절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우리가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면
    어머니께서는 상을 얼른 치워버리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가 유난히 상 다리를 잡고 밥상을 흔들어대자 기우뚱하며
    기울어진 밥상에서 어머니의 밥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의 놀란 표정...
    저는 그 날의 그 풍경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누나, 이게.. 뭐야?"

    우리는 그때서야 어머니가 남은 밥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엎어진 밥 그릇에서 튕겨져 나온것은 남은 밥이 아니라 큼직한
    무우 토막이었던것입니다.
    밥그릇에 쏘옥 들어가게 모양을 내어 깎은 그 무우 토막 위에는
    몇 개 안 되는 밥 알이 아슬아슬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 감동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  (0) 2008.03.26
박달재의 전설  (0) 2008.03.26
하인의 손 거울  (0) 2008.03.25
잊지못할 아주 우아한 식사  (0) 2008.03.25
[어느 어린이의 눈물 겨운 글]  (0) 2008.03.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