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밥 그릇
고깃배를 타던 아버지가 풍랑에 휩쓸려 세상을 등진 후 어머니는 우리들을 홀로 키우셨습니다.
잘닥막한 키에 허기진 몸으로 어머니가 자식들의 입에 밥술을 떠 넣을 수 있는길은 생선 함지를 머리에 이고 이집 저집 다리 품을 파는 일 뿐이었습니다.
그래봐야 가족들 한끼 식량을 사기도 빠듯한 벌이, 팔다 남은 생선 한마리와 봉지 쌀, 조금만 있어도 집으로 돌아오는 어머니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와~엄마다!"
열두살, 열살, 아홉살, 여덟살, 고만 고만한 우리의 소원은 하얀 쌀밥 한번 푸짐하게 먹어보는 것. 그러나 언제나 밥은 모자랐고 먹을 것만 보면 우리는 허겁지겁 야단이었습니다. 서로 더 먹으려고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끼니마다 밥을 반 그릇씩 남겼지만 남은 밥을 절대로 자식들에게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우리가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면 어머니께서는 상을 얼른 치워버리곤 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가 유난히 상 다리를 잡고 밥상을 흔들어대자 기우뚱하며 기울어진 밥상에서 어머니의 밥 그릇이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니의 놀란 표정... 저는 그 날의 그 풍경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수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기만 했습니다.
"누나, 이게.. 뭐야?"
우리는 그때서야 어머니가 남은 밥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엎어진 밥 그릇에서 튕겨져 나온것은 남은 밥이 아니라 큼직한 무우 토막이었던것입니다. 밥그릇에 쏘옥 들어가게 모양을 내어 깎은 그 무우 토막 위에는 몇 개 안 되는 밥 알이 아슬아슬하게 깔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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