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지못할 아주 우아한 식사 *

        첫 월급을 타던 날..


        나는 그녀에게 한턱 쓰고 싶었다.
        평소 그녀와 그럴듯한 커피숍에서
        차한잔 나누거나 영화 한번 본 적없었다.
        고작 공원 벤치에 앉아 있거나
        전화로 데이트를 해 왔던 터였다.

        그러던 어느날
        시내 중심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녀가 예쁜 원피스 차림으로 내 앞에 앉았다.
        분위기 좋은 이런 곳에서
        그녀와 같이 있는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양복을 단정히 입은 웨이터가 다가와
        메뉴판을 놓고 갔다.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나에게
        꽤 부담이 되는 음식 값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다.
        한 개를 시켜서 나누어 먹자고..

        웨이터가 혹시 얼굴이라도 붉히면 어쩌나
        지레 걱정이 되어 잠깐 망설이고 있는데
        웨이터가 다가왔다.

        그녀가 조용하게 부탁했고 나는 긴장이 되었다.
        내 우려와는 달리 웨이터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음식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 했는데
        잠시 후 웨이터는 두께만 반으로 얇아진
        같은 모양의 스테이크를 두개의 접시에 담아서 내왔다.

        그 순간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와 눈을 맞추고 웃을 수 있었다.

        웨이터는 딸려오는 다른 음식까지
        모두 2인분으로 보기좋게 만들어 주었다.

        주위의 멋쟁이 손님들도
        우리가 한개를 시켜 나누어 먹는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식사가 끝날 때 까지 그 웨이터는
        시종 편안하고 인자한 미소로 대해 주었다.

        시골에서 성장한 나는
        먹고 마시는 데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그저 국밥처럼 양 많고 값이 싼 음식은 사먹어도
        냉면집 한번 가본적이 없었다.

        큰 음식점 앞에만 가면 값도 알아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슬그머니 피하기가 일쑤였다.

        한번은 고향 친구가 놀러와서
        큰맘 먹고 명동까지 구경나갔지만
        유명한 음식점 앞에서 서성거리다 그냥 돌아왔다.

        당연한 일이지만 난 그녀와 결혼했다

        이제는 나도 넉넉하게 살지만
        그녀가 입는 옷은 여전히 수수하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맑고 따듯한 마음을 잘 알기에
        잘 차려입은 그 어떤 여성보다
        내 아내가 아름답게 보이고 사랑스럽다

        15년이 넘은 지금도
        나는 그날의 그 우아한 식사를 잊지 못한다

        상대를 진심으로 배려하는 아내의 마음과
        사려깊은 그 웨이터의 미소를 떠올리면
        지금도 내 가슴은 따뜻해 온다. 감사합니다 . . .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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