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 전, 신부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결혼 날짜가 코앞에 다가왔는데 신부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가고 고생할 일만 남은 것 같고, 자신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에도 새삼스레 의문이 생긴다. 고민이 계속되니 스트레스를 받고, 급기야는 우울증 증세까지 생긴다. 왜 결혼 전 신부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걸까?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본다.

성공한 싱글 여성들의 사랑과 섹스 라이프에 관한 드라마, <섹스&시티>를 아시는지. 주인공인 캐리는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에이든의 청혼을 받고 드디어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 결혼식에서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친구들과 숍에 가게 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입어보는데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낀다. 붉은 반점이 돋고 온몸에서 열이 나며 구토 증세를 보인 것. 캐리는 이를 ‘결혼 증후군’이라고 이름 붙인다. 자신의 온몸이 결혼을 거부하고 있다고 깨달은 그녀는 결국 결혼을 없었던 일로 하고 만다.

비단 캐리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많은 여성들도 결혼식을 앞두고 많은 갈등과 고민에 빠지고 있다. 주변에서는 드디어 임자를 만났다며 저마다 축하의 말을 건네지만, 정작 당사자인 신부의 마음은 착잡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자신의 세상은 이제 끝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속칭 ‘아줌마’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 두렵기만 하다.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걱정되고, 직장을 그만둔 신부라면 맥없이 집에서 일만 해야 할 자신의 처지가 끔찍하다. 이도 저도 못하고 속만 태우는 신부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세상이 끝난 것 같은 박탈감과 불확실성

우선 신부들의 마음에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박탈감과 허탈감이다. 신랑을 얻었고, 덤으로 시댁 식구까지 얻어 마음이 풍족해야 할 터인데, 거꾸로 무언가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이 드는 신부들이 많다.

이제는 누구의 아내, 누구의 며느리,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 것.

또 연애 시절 품었던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이 결혼 준비 기간에 하나둘씩 다 깨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나밖에 모르고 오직 나만 위해주던 신랑이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이면서도 권위적인 면을 보인다든지,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줄 것이라 믿었던 시어머니의 쌀쌀한 말 한마디에 깊이 상처받는다든지 하는 일이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신부는 이런 일을 하나하나 겪으면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된다. 내가 왜 이러면서까지 결혼을 해야 하지?

부부클리닉 ‘후’의 김병후 원장은 결혼 전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조언한다. 우선 배우자에 대한, 그리고 배우자의 사랑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직접 신랑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미 청첩장까지 찍고 예식장까지 잡아놓았기 때문에 끝장을 볼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고생을 하는 것이다.

김병후 원장은 상대방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상대를 믿고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의 기대와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쿨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사고의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그 다른 부분에 대한 이해는 하지 않고 이해를 받으려고만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시부모님을 모시는 문제라든가 혼수 문제라든가 하는 민감하고도 다양한 스트레스가 있을 텐데, 먼저 대화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에 대해서 예민해지면 신부들이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대화를 할 때에도 공격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금물. 객관적이고 차분한 태도가 필요하다. 대화가 가능하면 문제가 해결될 확률은 90%.

 

시댁,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번 봄에 결혼식을 올린 김현정 씨는 혼수 생각만 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신랑이 작은아들인데, 시어머니가 큰동서가 해온 혼수를 일일이 적어 보여주면서 못해도 이만큼은 해와야 한다고 강요했던 것.

중매도 아닌 연애 결혼에, 결혼 승낙 전 시댁을 많이 드나들고 친분을 쌓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어머니는 당당하게 요구해왔다.

현정 씨는 친정 식구들과 상의하며 갈등했으나, 결국 만만치 않은 혼수를 모두 해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이 결혼을 엎어야 하는지,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를 해봐야 하는지 고민했고,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신랑이 너무나 미웠다고 한다.

많은 신부들이 시댁과의 관계에 지레 겁을 먹곤 한다. ‘시’자만 들어가도 치를 떤다는 우리네 옛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혼수나 예단 때문에 시댁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정 씨와 같은 신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간의 결합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과의 만남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마구 행동하면 결국 그 피해는 집안 전체에로 간다. 시댁에 서운한 점이 있다고 해서 돈이나 혼수처럼 예민한 문제를 마구 말해버린다면 그 결혼은 온전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될 수도 있다.

시댁에서 요구하는 혼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수용하되 자신의 힘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애써 맞추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단, 시댁에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을 어필하는 것은 중요하다. 몰상식한 시부모가 아닌 이상, 며느리의 진심을 이해해줄 것이다.


종종 시댁과 자신의 종교가 달라 갈등하는 신부들도 볼 수 있다. 신부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데 시댁 식구들이 모두 불교도인 것. 종교의 차이는 파혼을 야기할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개종할 의지가 없다면 결혼 전, 종교를 양보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한다.

또, 우선은 다른 종교를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차차 마음을 열어보겠다는 뉘앙스를 주는 것도 좋은 생각. 종교는 결혼 후에도 계속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내 평생을 걸 만한 사람일까?

몇 년 동안 열렬하게 연애를 한 커플이라고 해도 막상 결혼을 결정하고 나면 사소한 의견 차이로도 큰 다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신부는 친구들의 신랑과 자신의 신랑을 비교해본다든지, 신랑의 마음을 의심하며 괴로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신혼집으로 17평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했는데, 친구는 신랑이 24평형대 아파트를 사서 신혼 초부터 완전한 내 집에서 살고 있다면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럴 때는 좀더 먼 미래를 내다보자. 결혼해서 둘이 열심히 벌고 저축해서 5년 뒤에는 보다 큰 내 집을 마련하고, 여유롭게 여행도 하고, 아이들에게도 더 좋은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워본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계획을 세우는 중에 벌써 마음이 풀리고 새로운 희망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애 시절에는 유리처럼 깨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지극 정성으로 아껴주던 신랑이 일단 결혼 날짜를 잡고 나니 돌변했다면? 어려운 혼수 준비며 신혼집 단장, 신혼여행이나 예물 준비 등 힘들고 까다로운 일은 바쁘다며 뒷전이고 시댁과의 갈등이 있어도 짐짓 모른 척하는 모습을 보이니 과연 이 사람이 날 사랑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남자와 여자는 사고의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이럴 때 공격적으로 싸움을 벌이면 오히려 신부만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신부의 신경이 예민해져 심한 피해  의식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큰 문제로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우선 잔잔한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듯. 결혼 과정에서 이러이러한 점이 서운했다고 의사 표시를 하면 이에 따라 신랑이 적절한 변명과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다.




스트레스를 한 방에 물리치는 노하우

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두통에 시달리거나 감정의 기복이 심해지고, 모든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질을 부리고 침착하게 대응을 못하며 신랑과의 데이트도 즐거워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 앞에 닥친 문제에만 신경을 쓴다. 이런 여러 가지 증상이 보일 때, 신부는 어떤 행동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평소 가지고 싶었던 물건들을 자신에게 선물하며 사치를 부려보라고 권한다. 자신의 소중함을 스스로 일깨워보라는 것.

사치라고 해서 기백만원대의 물건을 마구 사들이라는 말은 아니다. 눈여겨봐두었던 예쁜 블라우스나 머플러, 평소 가지고 싶었던 달콤한 향수 등을 사보라는 것. 실제로 이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신부들에게 자긍심과 기쁨을 안겨준다.

집에서 우울한 생각이 든다면 빨래나 청소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 몸이 힘들면 머리의 잡생각도 없어지는 법이다.

빨랫감을 마구 밟고 박박 문질러서 열심히 세탁하고 집 안 곳곳을 구석구석 쓸고 닦는다. 몸에서 땀이 나면서 기분은 상쾌해지고 집 안은 깨끗해지니 일석이조. 몸이 찌뿌드드하다면 카모마일이나 라벤더, 재스민 등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 목욕을 해보자. 아로마 향초를 켜놓고 목욕물에 오일 몇 방울을 떨어뜨린 후 오랫동안 몸을 담가두면 근육이 이완되고 두통이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얼굴과 목, 가슴 등을 마사지해주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신 앞에 닥친 문제가 견딜 수 없이 억울하고 힘들다면 친한 친구들에게 마구 분출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다. 시댁 식구들이나 신랑을 성토하면서 수다를 떨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친구들에게 좋은 충고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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