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건국신화로 손꼽는 단군신화를 보면 하느님의 아들 환웅이 곰이 변한 여인인 웅녀와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고, 단군이 조선을 세워 1500여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다가 산신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우리는 삼국유사, 세종실록 등을 통해 이같은 신화를 배워 왔다.
그런데 단군의 수명에 관해 전해오는 문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하나는 단군의 수명을 1048세로 보는 즉 '1048년설'과 다른 하나는 단군의 수명을 1908세로 보는 '1908년설'을 들수가 있다. 1048년설의 문헌으로는 조선초기의 문신인 권람의 『응제시주應製詩註』와 권제의 『역대세년가歷代世年歌』, 안정복의 『동사강목東史綱目』, 서거정의 『동국통감東國通鑑』등 여러 책들이 있다. 그리고 1908년설의 문헌으로는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서인 『삼국유사三國遺事』, 『동사보유東史補遺』, 『춘관통고春官通考』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만운의 『기년아람記年兒覽』은 단군의 수명을 1048년설, 1908년설 두 설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왜 단군의 수명을 1000여세 이상으로 보고, 단군을 한사람인냥 인식하는 것일까?
단군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단군수명의 비밀을 파헤칠수 있고 그 의미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단군이 천 년 이상 살았다는 신화의 내용을 보며 단군의 실존을 부인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신화라 하지만,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천여년이 넘게 살 수는 없다. 그리고 단군신화가 신화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는 조선의 건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군의 수명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단군의 조선건국이 신화라는 이유로 조선이 없었다고 망발을 하는 건 사학자로서 아니 한국인으로서 기본적인 소양이 없는 사람이다. 이는 자신의 부모요, 조상인 뿌리를 부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단군수명의 비밀을 풀어보기에 앞서, 단군은 한명이라는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 사람이 천 년 넘게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군의 수명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조선의 건국이 오래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단군이라는 명칭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단군을 조선을 건국한 개국조의 이름으로 알고 있으나, 사실 단군은 한 개인의 고유 명사가 아닌 보통명사이다. 단군은 당시 고조선을 다스리던 통치자를 뜻하는 것으로 오늘날의 대통령이라는 통치자의 칭호와 비슷한 것이다.
즉, 단군은 조선을 다스린 통치자를 뜻하는 제왕호지, 결코 개인 고유명사가 아님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단군의 수명 1048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동국통감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당나라(요임금의 나라)와 우(虞)나라(순임금의 나라)로부터 하나라와 은나라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점점 야박해져, 한 임금이 5~60년 밖에 자리를 누리지 못하였는데, 어찌 단군 혼자서 1048년 동안 살면서 한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그것이 거짓임을 알 수 있다. 옛 사람들이 이르기를, 이 1048년은 단씨(檀氏)가 세대(世代)를 전해 내려온 햇수요, 결코 단군의 수는 아니다라 하였는데, 이 말이 이치에 맞다"
이는 단군이 한 명이 아닌, 여려명이었으며, 1048세는 단군 한 사람의 수명이 아닌 단군조선조의 역년조라 할 수 있다. 신경준의 여암전서[旅菴全書]라는 책에는 "무진년에서 을미년까지 1048년인데, 이는 재위년수이다. 이를 어찌 수명이라 하는가?" 라며 구체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허목의 기언[記言]을 보면 "단군이 나라를 다스린 건 도당씨 25년 무진년부터 순임금, 하나라를 지나 상 무정8년까지 이르렀는데, 1048년이다"라고 더 상세히 서술되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단군조선은 중국 요임금 25년 무진년에 건국된 실제한 국가였다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단군의 수명이라 알려진 1048년과 1908년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해답은 『한단고기』에 있다. 한단고기 단군세기 21세 단군 소태조를 보면 당시 단군조선에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었다. 그 사건은 우현왕 색불루의 쿠데타로, 소태 단군 52년(기원전 1285)당시 병권을 쥔 색불루가 쿠데타를 통해 소태 단군을 폐하고 자신이 직접 단군의 위에 올랐다. 이 때가 단군조선 개국 후 1048년이 되던 해였다. 즉 시조 단군 왕검에서부터 21대 단군 소태 52년 을미년까지의 전체 역년이 1048년이므로 후대에 편찬된 여러 문헌들이 이 기간을 단군의 수명, 혹은 단군조선의 전체 역년으로 계산했던 것이다. 이는 말할 덧도 없이 우현왕 색불루가 혁명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단군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이 해에 단군왕조가 멸망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단군 수명 1908세의 비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43대 물리 단군 때 사냥꾼 우화충이 반란을 일으켜 단군이 해성으로 피난을 갔다 거기서 붕어했다. 이 때 상장 구물이 의병을 일으켜 우화충의 난을 평정하고, 여러 사람들의 추대를 받아 단군위에 오르게 된다.
44대 단군 구물은 즉위 원년(기원전 425)에 국호를 조선에서 대부여로 고치고, 도읍지를 아사달에서 장당경으로 옮겼다. 조선의 국호를 대부여로 바꾸었기 때문에 마치 조선이라는 나라가 없어진 것으로 인식하고 이 시기까지를 조선의 전체 역년으로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단군 구물 즉위원년은 조선의 건국으로부터 정확히 1908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통해 단군의 수명이 1908세라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은 앞서 1048년을 기록한 사서와 같이 일정한 근거에 의해 산출된 수치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단군의 수명 1048, 1908세는 단군 한 사람이 아닌 단군조선 역년을 뜻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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