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핀 엄마 이야기]
윗층 아주머니가 얼굴이 빨개져 들어와서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XX 엄마 바람났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처구니 없는 말에 아들아이 반장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얼마 전 아들녀석 학교에서 가족 신문 만들기 숙제를 내 주었는데, 아들은 제 딴에 우리 부부 기쁘게 해줄 요량으로 가족들 사진 붙이고 가족마다 설명도 적적히 곁들였나 보다.
그런데 아직 어휘력이 딸리고 맞춤법이 정확하지 않은 아들 녀석이 나를 이렇게 소개했던 것이다.
"엄마는 편지를 잘 쓰신다. 살림도 잘 하시고, 바람도 자주 핀다."
아들 녀석은 내가 외출하는게 그저 바람을 쐬러 나가는 거라 생각했고, 막상 쓰려고 보니 그 '쐬다'가 생각이 안나'핀다'로 써 버린 모양이었다.
그 신문이 급식 도우미로 학교에 간 엄마들 눈에 띄었고,덕분에 나는 바람이 나 아들의 숙제도 안 봐주는 엄마가 된 것이었다.
그 신문을 본 남편은 기가 막힌지 한참을 웃다가 가보로 남겨야겠다고 잘 보관해 두란다.
이 사건은 우리 가족에겐 그저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지만 당분간 난 행동거지에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은 제 엄마를 바람난 여자로 만들어 놓고도 제가 만든 가족 신문이 유명하다며 마냥 좋아했다.
평소 보채지 않고 무던해 좋았는데, 그 곰단지 같은 아들녀석 시집살이가 이렇게 매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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