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거시기'에 관한 것이다.
    '거시기'는 성기(性器)를 뜻할 때가 많다.
    이 글의 그 '거시기'는 '홍어좆'이다.
    남도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로 '만만한 게 홍어좆'이 있다.
    나는 과격한 사람은 아니지만,
    글과 말의 뜻과 어감을 충분히 살리려면
    '거시기'의 대상을 그대로 쓰는 것이 최상이라는 생각이다.
    이번에 홍어이야기를 쓴다는 얘기를 듣던 나주시 조준식 홍보팀장은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홍어좆에 관한 정설을 알려달라'고 했다.
    평소 궁금했던 모양이다.
    '왜 홍어좆이 만만한 것인가'에 대한 답이 이 글의 종착역이다.
    홍어 수컷이다. 양쪽에 거시기가 달렸고, 가운데 꼬리가 달렸다.
     
    김주영의 소설 '홍어'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너네 아버지 별명이 왜 홍언지 알아?
    홍어는 한 몸에 자지가 두 개 달렸거든, 그래서 바람둥이였던 거구.'
     
    홍어좆은 두 개가 맞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홍어에 대한 정보를 싣고 있다.
    그 중의 일부이다.
     
    '수컷에는 흰 칼 모양으로 생긴 좆(陽莖)이 있고, 그 밑에는 알주머니가 있다.
    두 개의 날(가슴지느러미)에는 가느다란 가시가 있는데,
    암놈과 교미를 할 때에는 그 가시를 박고 교미를 한다.
    암컷이 낚시바늘을 물고 발버둥칠 때 수컷이 붙어서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 다 같이 낚시줄에 끌려 올라오는 예가 있다.
    암컷은 낚시에 걸렸기 때문에 결국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고 흔히 말하는 바,
    이는 음(淫)을 탐내는 자의 본보기라고 한다'
     
    홍어 암컷
     
    남도땅 강진에서 태어난 김선태 시인은
    홍어의 '거시기한' 교미를 시로 묘사했다.
    그는 지금 목포에 둥지를 틀고, 고향 강진을 오가고 있다.
    홍어에 관해서도 일찍이 한 발을 걸쳐놓았다.
    '홍어이야기'라는 시를 통해서였다.
     
     
      홍어 낚기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홍어 수컷을 낚는 데야
      홍어 암컷을 미끼로 쓰면 직방이지요
      갓 잡은 암컷을 실에 묶어
      도로 바닷물 속에 집어 넣으면
      수컷이 암컷의 아랫도리에 달라붙어
      그대로 따라 올라오지요
      대롱 모양의 수컷 거시기는 두 개인데
      희한하게 가시들이 촘촘 박혀 있어
      발버둥쳐도 잘 안빠진다는 말씀
      거참, 그야말로 거시기 물린 셈입니다
      그렇게 해종일 수컷을 낚다보면
      아랫도리가 너덜너덜해진 암컷은
      그만 기진하여 죽고 만다니
      하여튼, 짝짓기를 우해서라면
      홍어도 한 목숨 거나봅니다.
     
    그런 홍어좆은 뭍에 올라오면 완전히 '찬밥'이다.
    홍어배가 주낚(홍어를 잡기 위해 심해에 늘어뜨리는 긴 낚시줄)을 걷어 올릴 때
    큰 암컷이 물린 채 올라오면 어부들이 신이 나서 '암치다'라고 요즘도 소리친다.
     
    수컷은 찬밥 정도가 아니라 아예 '거세'를 당했다.
    홍어꼬리가 가운데 있고, 양쪽에 꼬리보다는 짧은 '거시기'가 달려 있으니,
    꼬리처럼 달린 것이 도합 셋이다.
    암컷은 당연히 하나 밖에 없다.
     
    수컷은 암컷보다 살이 뻐세기(뻣뻣하고 질기다) 때문에 이왕이면
    찰지고 씹는 맛이 좋은 암컷을 더 선호할 수 밖에.
    그렇다 보니 수컷은 환영을 받지 못 했다고 한다.
    팔리더라도 암컷이 더 값을 받았다.
    수컷의 '거시기'를 자르면, 암컷으로 둔갑해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으니,
    어부나 상인의 입장에서는 수컷은 별로 환영 받지 못한 선수다.
    수컷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수컷으로 태어난 운명을 슬퍼할 수 밖에 없었을까.
    '무언의 항변'도 했을 것이다.
    단지 사람들은 그 항변을 도대체 들으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주 영산포에서 '홍어1번지'를 하는 주인장 안국현씨는 이런 얘기를 했다.
    예전 5일장마다 홍어장수들이 돌아다녔다.
    홍어를 팔기 위해서는 '맛뵈기'라는 것이 있었다 한다.
    몸체의 살점을 떼내기는 아까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거시기'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달려있어도 환영 받지 못하는 거시기'를 미리 떼내어 놓았다가,
    살 사람들에게 현장에서 한 점씩 맛보게 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잘리는 신세'는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뭍에 나오기만 하면 '잘리는 신세
    그랬으니 '만만했다'는 것 아닌가.
    사람들 사이엔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좆'이란 말이 소통되었다.
    '만만한 게 홍어좆이냐'라고 했을 때는 '내가 그렇게 홍어좆 처럼 만만하냐'는 항변이고,
    '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자기주장이다.
    소리 높여 말한다면, 상대방의 마음에 가시가 박히도록 대항하는 언사인 것이다.
    직설적이고 꾸밈이 없는, 오히려 격정적인 남도인들의 정서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
     
    덧붙여볼까.
     
    '만만찮기는 사돈집안방' '만만한 년은 제 서방 굿도 못본다' '만만한 놈은 성도없다'
    '만만한 데 말뚝 박는다' '만만한 싹을 봤나'. '만만하다'와 관련된 속담들이다.
    어느 것도 '만만한 게 홍어좆' 이라거나 '만만한 게 홍어좆이냐' 보다
    설적이고 의미 전달의 강도가 센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자주 만나는 윤여정씨가 건네 준 글을 보고 나는 '거의 뒤집어졌다'.
    홍어 유통지였던 1970년대초 영산포 선창에서 오고 갔을 대화라고 했다.
    그냥 간직하고만 있기보다는 '남도이야기' 독자들과 함께 웃음을 함께 하고자 한다.
    대화가 너무 솔직했다면, 너그러이 받아주시길.
    윤씨의 글은 영산포 선창에서 '성님' '동상'이 나누는 홍어 '거시기' 대화이다.
     
      어이, 동상! 홍애는 어디가 질 맛난지 안가?
      누가 머시라고 해도 홍애 배야지를 짝 갈라갔고 애나 쌈지를 꺼내 찬지름 째까 친
      굵은 소금에다 찍어 묵으믄 그 맛이 차말로 고소해불제!
      거그다 막걸리 한 사발 드리키면 세상 둘도 없는 맛이어불제.
      느그들은 애래서 그 맛을 잘 모를 것인디.
     
      성님, 먼 말씀을 그리 섭하게 허시오? 지가 애리다고라?
      저도 장개 들어서 자식이 있는 몸이요.
      글믄 형님은 홍애를 어째서 홍애라고 헌지 아요?
      껍닥은 시커매도 배깨가꼬 썰어노문 살이 삘개부요.
      그래서 붉을 홍자를 써서 홍애라고 했답디다. 이것은 차말이요.
     
      동상, 먼 소리여? 그게 아니여!
      홍애는 다른 물괴기보다 넓적하다고 혀서 넓을 홍자를 써서 홍어라고 한 이여!
      너는 몰라도 한참 몰라, 이 무식한 놈아!
     
      성님, 머시라고라? 무식하다고라? 홍애좆 같은 소리 허덜 마시오
     
      너, 시방 머시라고 씨불거리냐? 홍애좆이라고 해부렀냐?
      이런 씨벌놈이 없네? 너, 홍애좆이 먼 말인지 알고나 씨부리냐?
     
      성님도 참, 홍애좆을 지가 왜 모르겄소?
      숫놈 꼴랑지 양쪽에 까시 달린 거시기가 두 개씩이나 달래있는 것이 홍애좆이제 머시라요?
     
      동상, 차말로 홍애좆도 모르구만. 잘 들어! 이놈아,
      홍애좆은 너같이 씰데 없는 놈이나 밸 볼일 없는 놈들을 비꼴 때 쓰는 말이.
      잡을 때 거시기 까시에 찔래서 기찮고, 괴기를 썰어놔도 암놈보다
      맛탱가리가 없어서 잔치집이나 상가집에서도 사가들 안해부러.
      그래분께 뱃사람들이 좋아 허겄냐?
     
      아따, 성님. 벨라 유식헌 척 허요 잉?
      그래도 숫놈은 심 하나는 끝내주겄소 잉?
      거시기가 두 개씩이나 달래쓴께 말이요.
     
      에라, 상놈의 새끼! 근께 너보고 홍애좆이라고 허제.

'☞ 아~그렇구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때표  (0) 2011.07.05
자신의 입냄새 측정.. 입냄새 측정방법  (0) 2011.06.12
색상표  (0) 2011.03.26
한자 부수 명칭  (0) 2011.03.23
영어공부 > 영어 유용한 표현  (0) 2011.03.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