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술한잔 하고싶은 날  / 이상호


      나, 이렇게 밤 깊은 시간에
      깨어 있을 줄 몰랐습니다

      그냥 좋은 인연으로 만나서
      서로에게 부담 없는 친구가 되자고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고독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오래전에 알고서도
      영혼 깊은 곳에 심은 그대의 뿌리가
      조금씩 내 몸을 가르고 있는데
      운명처럼 다가온 이 느낌으로
      다시 내 운명 안에 그대를 담습니다

      이제 그대에 대한 사랑 한숨 호흡 고르고
      잠시 눈감아 보렵니다

      당신의 글 속에서도
      당신의 몇말 속에서도 위해주는 마음
      그리워하는 마음 다 헤아릴 수 있습니다

      마치 소금쟁이가 물위를 걷듯
      말 한마디, 표현에도
      조심조심 다가오는 당신

      언제나 변함없는 미소로 늘 그자리에서
      나를 지켜봐 주리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처음에 선뜻 다가서지 못한 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하고 그대가 보고 싶어
      때로는 힘겨울 날도 오겠지만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같이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임을 그대는 아는지?

      오늘도 그대를 생각하며
      불어오는 바람결에 내 마음 실어
      그리움의 향기 띄웁니다

      이제 그대를 위해
      마음을 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머지않아 가득하게 차오를
      그대를 가슴에 담으려면
      지금 꼭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살아감이 그러하듯 그대 이제,
      내 속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겨울 입니다
      어느새 하이얀색깔의 잔치에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계절

      희뿌연 하늘에 닿을 수 없는 안타까움과
      스스로 또한 물들어 가는
      모노톤의 외로움이 서로 정겹게 어깨 두드리며
      창가에 성애를 쌓아 올립니다

      어느 겨울 늦은 저녁
      싸늘한 실바람이 귓전을 스칠때
      잃어버렸던 눈물 다시 찾게 되는 날

      우리 살아가는 아름다움에 취해도
      좋은 겨울이라고 밀려오고
      또 밀려올 때 술 한잔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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